글쓰기의 과정
글은 누군가에게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소통 수단이다. 하지만 글을 써서 소통하는 것 못지않게 글을 쓰는 과정도 중요하다. 글은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성찰하기 위해 쓰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글을 쓰는 것은 문제를 인지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이자 이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사고의 과정
글쓰기는 사고의 과정이다. 사고란 대상을 감각하고 지각하여 이해하고 판단하는 종합적인 과정을 말한다. 이 사고의 과정을 우리는 글쓰기를 하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거나 느낀 것들은 언어로 표현되면서 비로소 구체화된다. 처음에는 막연하고 모호하던 느낌이나 생각도 글로 옮기면 훨씬 선명하게 표현된다. 또 그 글을 보고 자기의 생각을 확인하게도 된다. 하지만 실제로 생각을 글로 옮겨 보면 이 역시 간단한 일은 아니다. 생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도 않고 사이사이에 채워 넣어야 할 구멍도 많다. 자꾸 다듬으면서 문맥에 닿게 연결하고 설득력 있게 짜임새를 바꾸다 보면 구멍도 채워지고 점차 생각도 글도 명료해진다. 생각을 글로 옮기고 다시 자신이 쓴 글을 통해 생각을 확인하고 수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기까지 글은 지속적으로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타인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남의 글을 읽거나 강연 등을 듣고 생각한 것도 자신의 글로 정리하면 훨씬 생각이 잘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곧 글쓰기 과정은 사고의 구체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기 확인과 표현의 과정
글쓰기는 자기 확인과 표현의 과정이다. 글은 글쓴이가 생각한 결과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한 것이 모두 제대로 글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글은 자유로운 사고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다. 또 사고의 결과를 글로 제대로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글 자체로 글쓴이의 사고력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글보다 더 나은 수단도 없다. 따라서 생각한 바를 글로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생각한 결과를 언어로 표현하기까지 글쓴이의 모든 과정을 상당히 복잡하고 세밀한 자기 확인과 결정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곧, 발상은 진부한 것이 아닌가, 새로운 시각이 있고 이것이 유지되는가, 근거는 믿을만한가, 자료수집은 충분한가, 어떤 자료가 적절하고 어떤 자료가 부적절한가, 구상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없는가, 효과적으로 서술되었는가, 문법이나 맞춤법, 단락 구성 등의 기술적인 면에 오류가 없는가, 선택한 단어나 표현이 적절한가 등의 문제를 세세히 확인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은 글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다. 글쓴이를 통한 이런 의사 결정 훈련은 학문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의 인식과 해결의 과정
글쓰기는 문제의 인식과 해결의 과정이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주변을 관찰하고 배우며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정한 문제에 대해 글을 쓰려면 관련 자료를 찾고 사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리된 자료를 체계화하고 범주화하고 또다시 전체와의 관련 속에서 고찰하면서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합리적인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글쓰기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 방법과 전망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글을 쓰기 위한 기획과 자료 조사, 구상, 집필의 과정 자체가 자신이 생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지적이고 실제적인 과정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매우 추상적일 수 있는 문제의 인식과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치의 발견과 개선의 과정
글은 최종적으로는 어떤 가치를 찾거나 기존의 가치를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자신이 마주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황을 판단하고 나아가 이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여 정당화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자신의 가치 판단이란 사물이나 사건, 행위나 사람, 관행이나 제도 등 거의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한 평가이다. 그 결과 옳다/그르다, 좋다/나쁘다, 바람직하다/바람직하지 않다 등의 용어로 가치를 판단하여 표현한다. 궁극적으로 대학에서의 글쓰기는 학문적 진실을 지향하는 가치, 공동체의 선을 위한 가치, 삶의 아름다움을 고양하기 위한 가치 등을 발견, 혹은 재발견해 내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의사소통의 과정
글쓰기는 근본적으로 의사소통의 과정이다. 우리가 쓰는 글은 여러 가지 사회적 소통 과정에 참여하고, 언로를 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잘 쓴 글은 타인을 감동시킬 수 있고, 논리적 이성적으로 설득할 수 있으며, 나아가 타인을 포함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글쓰기는 글을 읽는 사람과 소통하여 일정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소통 행위이자 실천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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