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적 글쓰기
학문 연구의 결과는 글쓰기를 통해 소통된다. 학문 활동의 핵심인 학술적 글쓰기를 통해 지식은 축적되고 소통되고 발전한다. 아무리 연구를 잘했고 그 결과가 새롭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해도 정해진 학문적 형식과 소통 구조 속에서 발표되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그래서 연구 과정에 대한 학습 못지않게 연구 결과를 정해진 약속에 따라 글로 써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부과되는 여러 가지 성격의 글쓰기는 이 같은 학술적 소통 방식에 따라 축적된 지식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훈련 과정이다.
이장에서 살펴볼 다양한 학술적 글쓰기는 학습한 내용에 대한 이해와 응용력을 시험하는 서술시험 답안, 대학의 학기 중 과제물로 부과되는 학술적 소논문, 객관적이고 명확한 사실에 대한 보고 내용을 담고 있는 학술 보고서 등이다.
서술시험 답안
대학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학업 평가 도구는 시험이다. 이 중 서술식 시험은, 학습 이후에 학생들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얼마나 갖게 되었는가, 혹은 향상되었는가에 대한 평가를 그 목적으로 한다. 때로 시사성 있는 문제를 통해 수험자의 시각이나 태도, 학습의 응용 정도를 평가할 때도 있다. 대체적으로 자유로운 사고나 독창성보다는 학습한 결과를 주어진 문제에 맞추어 적절하게 서술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서술식 시험은 객관식 시험이나 주관식 시험에 비해 수험자(필자)의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 서술해야 하므로 학술적인 글쓰기 가운데에서는 내용과 형식, 시간에서 가장 제한이 많은 형태이기도 하다. 과제 논문보다 글의 분량은 매우 짧지만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을 갖추어야 하며 대체로 정해진 매수를 지켜서 작성해야 한다.
서술식 시험의 유형에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주제를 간결하게 진술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요약형과, 수업 중에 배운 정보, 교재의 내용을 이해하고 이를 기억하여 답할 것을 요구하는 설명형,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논술형 등이 있다. 「한금윤 A+ 서술시험 답안쓰기 : 출제자와 소통하라」
소논문(과제물)
소논문은 학술적인 가치가 있는 어떤 주제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쓰는 글, 논리적인 사고를 보여 주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글이다. 문제에 대한 새로운 발견보다는 한 주제에 관한 개인의 견해와 주장을 충분한 논거를 통해 증명해 보이는 것으로 채워질 때가 많다.
학생들이 수업 중간에 제출하는 과제물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가 조사하고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여건상 강의실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다루기 어려운 과제를 부과하여 학생 개인, 혹은 모둠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여 객관적으로 기술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학생들은 여러 유형의 소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자료의 수집·선택·요약·정리·해석·분류·종합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학문적 경험과 지식의 축적, 새로운 해석과 비판 능력, 그리고 독창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학술 보고서
보고서는 조사·답사·관측·채집·실험 등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정확하게 정리하여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글이다. 학술적인 보고서는 보통 연구 과정의 첫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독창적인 주장보다는 본격적인 연구의 소재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연구 결과에 대한 보고라는 성격도 있다. 학문 영역에 따라 보고서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특정 문제와 현상에 관한 문헌을 수집하고 대상을 심도 있게 분석한 연구 보고서, 조사 대상의 실태와 사실을 정리한 조사 보고서, 사학·민속학·방언학·사회학·인류학 등의 전공자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지역을 돌아보고 작성하는 답사 보고서,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 계열의 연구자들이 관찰 또는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정리해 놓은 실험·관찰 보고서 등이다.
연구 분야마다 보고서 작성 방법이 다르지만 기본 양식은 '보고 일련번호-보고 날짜-보고하는 이-보고받는 이-그리고 보고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보고 내용은 육하원칙에 따라 가능하면 상세하게 기술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항목별로 정리하여 요점을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서술한다. 필요 이상의 수식어나 과장된 표현은 삼가고, 간단명료하게 써야 한다. 이런 이유로 서술식 문장이 아닌 개조식(글을 쓸 때 앞에 번호를 붙여 가며 짧게 끊어서 중요한 요점이나 단어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기술하기도 한다. 자료적 사실과 관련된 사항들은 자료 수집 과정에 따르는 부대조건까지도 빠짐없이 기록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실대로 정확히 서술해야 한다.
보고서 역시 논문의 일종인 만큼 연구자의 주관이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 자료는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어떻게 좀 더 체계적으로 묶어 낼 수 있는지, 자료들 간의 상관관계나 영향관계를 어떻게 관련시켜야 하는지에 관한 것은 작성자의 주관에 달려 있다. 자료의 체계화를 넘어 조사된 자료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글 쓰는 사람의 개인적인 견해가 제시되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사실 보고 내용과 별도로 의견을 첨부해야 한다. 자료의 분석과 해석 의견에서 특별한 학술적 가치가 발견된다면 수월하게 연구 논문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학술 논문
학술 논문은 전문 연구자가 특정한 해당 연구 분야에서 특정 주제를 택해 연구한 결과 도출된 연구 성과를 체계적으로 진술한 형태의 글이다. 각종 평론 형태의 글, 대학에서 제출되는 (연구자의) 주장이 들어간 간단한 보고서, 전문가 집단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으로서의 글쓰기에 해당하는 글 및 매우 체계적인 격식과 내용을 갖춘 전문적인 연구 논문이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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