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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학술적 글쓰기의 절차

by property5500 2023. 4. 17.

주제의 선정

논문을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논문의 주제를 정하는 것이다. 즉, 논문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를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좋은 논문은 이렇게 정한 새로운 문제, 즉 논문의 주제를 잘 설정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과 결과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논문의 주제 선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논문과 주제의 선후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어떤 분야에서 밝히고 싶은 문제가 있어서 논문을 쓰기도 하고 논문을 써야 하기 때문에 주제를 찾기도 한다. 전문적인 연구자라면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발견하고 연구 과정을 수행한 결과를 논문으로 내놓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경우에는 해당 강의의 학점을 이수하거나 학위를 받으려는 목적에서 논문을 써야 할 필요가 생기고, 그에 따라 연구 주제를 선정하게 되는 일이 더 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논문을 쓸 때 가장 먼저 부딪치는 어려움이 바로 어떤 주제로 글을 쓸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학생들에게 권할 만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의 세부 분야에 해당하는 기존 연구의 성과를 검토해 보라는 것이다. 논문의 주제 선정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문제라야 다른 사람과 변별되는 자신만의 주장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연구 분야에 어떤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기존의 연구사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기껏 주제를 선정해서 연구를 했는데, 이미 나와 있는 연구성과와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발견된다면 애써 연구한 것이 아무런 의의를 가질 수 없는,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의 성과가 어디까지 와 있고, 그것은 어느 정도의 깊이인지를 파악하고, 어떠한 문제가 어떤 맥락에서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새로운 시각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어떤 것인지를 발견해 내는 것 등이 바로 주제를 찾는 첩경이 된다. 따라서 기말 논문이나 졸업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평소에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기가 특히 흥미를 느끼는 세부 분야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논문 말미에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남겨 둔 문제들을 써 두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연구들을 읽다 보면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단 이러한 문제들을 정리하고 자기 나름대로 재구 하다 보면 자신의 사각에서는 의문이 생기는데, 기존의 연구자들이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하고 빠뜨린 문제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고 좀 더 밝혀질 필요가 있는 문제라든가 기존 연구자들이 잘못 생각한 것으로 파악되는 문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분야에 대한 자신의 공부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논문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생들의 경우 새로운 방법론이나 새로운 자료 발굴을 통해 논문의 독창성을 담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학생들의 논문의 경우 논문의 가치는 그 논문의 주제가 얼마나 의의가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논문의 주제 선정은 더욱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의 방대한 연구사를 일괄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해당 분야에 관해 발표된 논문을 순서대로 읽는 것이겠지만, 이는 실제로 가능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연구 대상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기존의 연구 논문을 전부 찾아 읽는다는 것은 전문 연구자가 아닌 다음에야 힘에 부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최근에 발표된 석사 또는 박사 학위 논문을 참고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석사 논문이나 박사 논문은 상당한 준비 기간을 두고 쓰기 때문에 제대로 된 논문이라면 기존의 연구사 검토도 제대로 되어 있다. 이런 논문에서는 전체 글의 한 장 또는 한 절 정도를 연구사 검토에 할애하고, 논문 말미에 참고문헌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기 때문에 이를 참고로 하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논문을 쓰고자 하는 학생이 나름의 공부를 통해 연구 대상을 어느 정도 한정한 경우에 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한정된 연구 범위가 있어야 해당 학위 논문을 참고하여 기존 연구사를 검토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한국의 현대 문학'이나 '조선의 역사' 등과 같이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매우 포괄적인 주제를 잡은 상태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방법이 도움이 되는 것은 주제의 범위가 비교적 분명하게 한정되는 경우이다. 학생들이 기말 리포트 등 소논문의 형태로 제출하게 되는 논문은 주제의 범위가 분명하게 한정되어 제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법은 비교적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국어의 격조사'나 '국어의 경어법'에 관해 과제를 제출하라고 했을 때, 일단 어떤 분야의 문제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덜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주제는 넓은 범위의 주제일 뿐 어떤 시각에서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고 논술할 것인가 하는 것은 학생이 설정해야 하는 세부 주제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앞에서 설명한 주제 찾기 방식이 많은 도움이 된다. 주제가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주제와 관련된 최근의 학위 논문과 거기에서 검토한 기존의 연구사를 나름대로 정리하고 주어진 주제와 관련되는 자료를 찾아 읽고 공부하는 가운데 주제의 범위를 더욱더 좁혀서 학생이 진정으로 해결하거나 다루고 싶은 문제가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정된 주제 내에서 발견한 자신만의 세부 주제가 바로 자기 논문의 참주제가 될 수 있다.

주제의 범위가 포괄적으로 주어진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대로 자신이 면밀한 공부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문제를 파악해 주제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공부를 통해 문제의 범주가 어느 정도 한정되면 위에서의 방법이 다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논문에서 참주제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논문의 주제를 구체적이고 분명한 것으로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충상적이어서 명확하게 한정할 수 없는 주제는 좋지 않다. 이러한 주제일 경우, 실제 논문의 준비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 초점 없이 어수선해지는 일이 많아 실제 연구도 제대로 되기 힘들다. 이러한 주제에 따른 연구를 바탕으로 해서 쓰는 논문 역시 엄밀한 논리와 결론을 가지기 어렵다. '춘향전의 문학적 의의'라든가, '한국 사회의 특징'이라는 주제는 학생의 입자에서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좋은 주제라고 할 수 없다.

둘째, 아직까지 연구된 적이 없는 새로운 주제라고 해서 반드시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기존에 연구 성과가 없거나 전무하다시피 한 주제를 설정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독창적인 것일 수도 있으나, 기존의 연구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그 주제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거워 아직까지 전문적 연구자들도 손을 댈 수 없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아직까지 다른 사람이 개척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자신의 능력으로 봐서 과연 다룰 수 있을 만한 것인가 하는 문제를 반드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연구사적으로 아무리 의의 있는 주제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그러한 주제를 감당할 수 없다면 결코 좋은 주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주제를 찾기 위한 이러한 방법과 주의할 점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실제로 좋은 주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공부해서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논문을 써 보는 과정을 계속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연습 과정을 거치고 나면 좋은 주제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체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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