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의 개념과 요소
살다 보면 주장을 내세우고 타인을 설득해야 할 때가 있다. 공동주택생활에서 자주 생기는 문제를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 싶을 때, 앞집과 주차 문제로 다툼을 벌여야 할 때,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를 진행하고자 할 때 등등, 의견을 내고 토론을 하고 설득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는 적극적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 과정에서 나의 견해가 정당하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주장이 정당함을 신뢰할 만한 이유나 증거를 제시하여 입증하는 것을 '논증'이라고 한다. 논증은 '옳고 그름을 이유를 들어 밝힘. 또는 그 근거나 이유'를 뜻하는 말로, 아직 명백하지 않은 사실이나 원칙에 대하여 그 진실 여부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기술 방식이다. 논증은 어떤 견해가 다른 견해보다 더 나은지를 알아내는 한 방법이기 때문에 모든 사고에서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자, 탐구의 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훌륭한 논증은 신빙성 있는 근거를 제시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 명제를 확신하게 만든다. 이 점에서 논증은 독자로 하여금 그 증명한 바를 믿고, 그에 의거하여 행동하게 만드는 고도의 설득 방식이기도 하다.
논증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이유나 증거가 충분해야 한다. 신뢰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 그저 같은 주장만 비슷하게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무의미한 '동어반복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또 증거가 있다 해도 적절한 부분에서 논리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면 설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장하는 바가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적절한 증거를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표현하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논증은 주장과 이에 대한 합당한 논거, 그리고 타당한 추론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주장 자체는 타인을 설득할 수 있게 진실하고 적합하며, 건전해야 한다. 둘째,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거를 충분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추론 과정에서 논증이 오류로 귀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사고력과 이러한 것들을 정확하고 논리 정연하게 표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추론 과정에서 논리의 비약과 강요하는 느낌을 주지 말아야 하며, 자기주장과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공평성과 균형감각도 잃지 말아야 한다.
명제
논증에서 주장이나 근거는 명제의 형태로 제시된다. 명제란 어떤 사실 혹은 문제에 대한 의견이나 신념, 판단, 주장 등을 단일한 언어적 표현으로 나타낸 것이다.
명제가 되려면 몇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명제는 참이나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쟁점을 담은 문장이어야 한다. 논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백한 사실의 진술은 논증의 명제로서 무의미하다. 명제의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단일해야 하며, 정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명제가 복잡해지면 논점이 흐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명제는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을 배제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 예를 들어 '피겨스케이팅은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 종목이다'라는 진술은 명제라고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아름답다'는 것은 명백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내려진 판단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명제는 논점에 따라 사실명제, 가치명제, 정책명제로 구분된다. 사실명제는 '인가은 동물이다', '한국전쟁은 1950년 발발했다'와 같이 어떤 사실이나 상황의 진위에 대한 판단과 관련된다. 가치명제는 '예술은 영혼을 풍요롭게 한다', '웃음은 건강에 좋다'와 같이 대상이나 제도, 사상, 예술, 인생관 등에 대한 가치 판단을 제시한다. 정책명제는 대상에 대하여 '당연히 해야 하는 것'과 같은 당위성을 바탕으로 특정한 행위를 유도하기 위한 명제로서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와 같은 것이다.
논거
논증에는 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논거는 명제의 타당성이나 진실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쓰는 논리적인 증거로서, 논증의 대부분이 논거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거를 제시할 때는 그 출처를 정확하게 밝혀야 하며, 논증에 필요한 사실만 이용하고 불필요한 논거를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 또 논거를 과장하여 해석하거나 왜곡해서도 안 된다.
논거에는 사실논거와 소견논거가 있다. 사실논거는 누구도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큼 확실하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사실로 뒷받침한 논거이다. 예를 들어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라는 명제에 대한 사실논거는 "동물이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면 인간은 사고를 바탕으로 행동한다. 동물이 단순한 소리를 낸다면 인간은 고도의 언어 능력을 갖고 있다"와 같은 것이 될 것이다. 곧 사실 그 자체, 이미 누구나 믿고 있는 사실, 확실하게 추정되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한 증언 등이 사실 논거가 된다. 소견논거는 일반적인 여론 또는 어떤 분야에 대한 권위자의 의견, 경험자나 목격자의 증언 따위로 뒷받침한 논거이다. 여기에는 소견의 진실성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논거의 신뢰도는 그 의견을 말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추론
논거가 수집되면, 객관성 여부를 따지고, 논거를 통해 어떻게 결론을 맺을 것인가를 고려하게 된다. 확보된 논거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논거와 논거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 주면서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을 추론이라고 한다.
논박
논박은 어떤 주장이나 의견에 대하여 그 잘못된 점을 조리 있게 공격하여 말하는 것을 가리킨다. 주장자의 논증이 지니는 약점을 드러내거나 반대가 되는 증거들을 제시하는 것, 또는 논리적인 오류 등을 지적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논박은 쟁점에 대해 의견이 분명하게 대립될 때 유용한 전략이다. 어떤 의견에 대해 분명하게 동의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논박을 통해 자신이 주장을 피력할 수 있다. 그러나 논박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 논박은 상대의 문제를 지적하여 그의 논리적 허점이나 증거의 불충분을 제시하는 것이지 이것으로 그에 반대하는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또한 누군가의 결점을 지적하고 반증하는 것은 주의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논박의 방법이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보인다면 이는 '인신공격의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서 윤리적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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