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바른 문장 쓰기 (수식 구성)

by property5500 2023. 5. 3.

구조적 중의성

수식 구성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의 하나는 구조적 중의성에 관한 것이다. 즉, 경우에 따라서 하나의 어휘나 어구가 둘 이상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중의적인 해석이 문장의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보통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다"의 문장은 '보통'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문장 전체의 의미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보통'을 부사어로 보는 것인데, 이때에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현미경으로 볼 수 없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 번째는 '보통'을 관형어로 보는 것인데, 이때에는 "바이러스는 (특수한 현미경이 아닌) 보통의 현미경을 가지고는 볼 수 없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람들이 많은 도시를 다녀 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는 '사람들이'가 어떤 서술어와 호응 관계를 이루는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즉, '사람들이'를 '많은'의 주어로 해석하면 '(도시 중에서도) 사람이 많은/인구가 많은 도시를 다녀 보면'의 뜻이 되고, '사람들이'를 '다녀 보면'의 주어로 해석하면, '사람들이 여러 도시를 다녀 보면'의 뜻이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에서는 '아름다운'이 '새'를 수식하느냐, '노랫소리'를 수식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고, "나는 어제 나와 이름이 같은 친구의 형을 만났다"에서는 '이름이 같은'이 '친구'를 수식하느냐, '친구의 형'을 수식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예문과 같이 문장이 중의성을 가지는 것은 비단 국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중의성을 가진 문장은 모두 잘못된 문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문장은 의미 전달에 혼란을 주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쓰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중의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쉼표를 적절하게 이용할 수 도 있고, 아예 중의성을 띠지 않는 어휘나 구조로 바꾸어 버릴 수도 있다.

 

  •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현미경으로 볼 수 없다.
  • 사람들이, 많은 도시를 다녀 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 인구가 많은 도시를 다녀 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 아름다운 새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 나는 어제 친구의 형을 만났는데, 그 친구는 나와 이름이 같다.
  • 나는 어제 친구의 형을 만났는데, 그 형은 나와 이름이 같다.

수식어의 길이,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거리

구조적 중의성을 가지는 경우 이외에도 수식 구성에서 의미 해석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수식어가 여러 개여서 지나치게 길거나 수식어와 피수식어 사이의 거리가 먼 것을 들 수 있다.

 

  • 편안하고 즐겁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은 생활 쓰레기를 늘리고 쓰레기 분리도 철저히 하지 않고 밤에 몰래 폐수를 갖다 버리고 이를 눈감아 준 개인과 기업 및 공무원들의 용서할 수 없는 비양심적인 행동 때문이다.

예문의 문제는 수식어가 길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수식 관계가 분명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의미상으로 보면 '편안하고 즐겁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은'이 문장 전체의 주어이고, '생활 쓰레기를 늘리고 쓰레기 분리도 철저히 하지 않은'은 '개인'을 수식하고, '밤에 몰래 폐수를 갖다 버린'은 '기업'을 수식하며, '기업이 밤에 몰래 폐수를 갖다 버리는 것을 눈감아 준'은 '공무원들'을 수식하는 것인데, 이러한 구분 없이 수식어는 수식어대로 모아 놓고, 피수식어는 피수식어대로 모아 놓음으로써 수식 관계가 매우 이상하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예문이 안고 있는 문제는 수식과 피수식의 문제만은 아니다. 문장이 여러 개 안겨 있거나 접속되어 있어 뜻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이처럼 하나의 문장이 길어지게 되면 아무리 내포와 접속 관계를 분명히 한다고 하더라도 글을 읽는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는 데 불편을 주게 마련이다. 복잡한 수식 관계와 접속 관계가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장이 길어지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위 예문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국민교육헌장」의 일부이다. 언뜻 보면 한 절, 한 절이 선명하고 그 구조가 명쾌한 문장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어디에서 끊어지고 어디에 가서 걸리는지 어느 한쪽으로 분석하기가 매우 곤란한 문장이다. 가령,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가 뒤이어 나오는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에만 걸리는지, 아니면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까지 걸리는지, 더 나아가서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에 까지 걸리는지를 알기가 어렵다. 또한 '익히며'는 '삼아'와 동격으로 '익혀서'의 뜻을 가지는지, 아니면 마지막의 '기른다'와 동격이어서 '익힌다, 그리고'의 뜻인지를 판정하기가 무척 어려우며, '계발하고'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다. 한 단어 한 단어가 아무리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구조가 모호하고 의미가 불분명하면 결코 좋은 문장일 수 없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글을 쓰는 법 읽는 법  (1) 2023.05.11
바른 문장 쓰기  (0) 2023.05.01
글쓰기의 필요와 목적  (0) 2023.04.28
글쓰기와 맞춤법  (1) 2023.04.28
성찰적 글쓰기의 방식  (2) 2023.04.17

댓글